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동네가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때, 동네를 한바퀴 돌다보면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서 혼자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아마도 이 곳의 경험을 누구와도 공유하고 있지 않으니까, 외국에서 아는 사람 없이혼자 살 던 때 생각이 나는 것이겟지. 동네 구석구석에 신기한 가게도 많아 멀찍이서 살펴보는 느낌도 비슷하고.
햇빛은 빛나고, 앞 뒤의 산에서 나는 숲 냄새도 좋고, 복작대지 않는 여유있는 거리도 마음에 들지만, 이 아름다운 거리를 혼자 즐기다보면, 비 온 후 풀 냄새가 가득하던 독일 프랑크 푸르트의 출근 길 모습이 겹쳐진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 아침에는 거실 창 밖으로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주택가 골목 밖으로 오픈 마켓이 열렸다. 그 옆 노천 까페에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편안한 평상복 차림으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와 그 거리로 섞여 들어가 이리 저리 쏘다니다보면, 나도 그 사람들 속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이방인같기도 했던 기억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듯 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은 달콤하고, 조금은 쓸쓸한 거리를 걷다 보면, 언젠가는 친해진 누군가와 같이 걷기도 했고, 혼자 말 없이 촉촉한 흙길을 밟아가기도 했던. 허전함을 무한한 자유로움으로 바꿔치워 가며, 그래도 꽤 아름답게 남아있는 기억들.
새로 이사온 동네, 오늘도 그 때처럼 동네 탐험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