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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3

숙소 구하기와 남편 구하기의 공통점 여행의 첫 숙소는 미리 구해뒀으나, 그 이후는 모두 현지에서 구할 생각이었다. 막상 현지에 가서 막판 초치기로 숙소를 구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숙소 구하기와 남편 구하기는 매우 유사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생의 많은 선택과 모험들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처음에는 숙소들이 꽤 많았다. 나의 한정된 재화로 5 star 호텔이나 럭셔리 아파트를 구할 순 없다 쳐도, 그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훌륭한 Second Best 숙소들은 허다 했다. 그들도 내가 어서 예약해주기를 마구 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가버린걸 깨닫고나니, (나는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영국 뱅크할리데이로 관광객들이 넘쳐나면서 바야흐로 스페인의 숙소는 품귀현상을 맞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2010. 6. 18.
0일차. 소심한 쿠바 - 스페인 누구나 쿠바같은 곳을 필요로 한다. 정K는 Skype를 통해 건 전화번호를 보고 외국이냐고 물었고, 나는 국가번호가 이색적일 나라가 어디가 있을까 상상하면서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쿠바'라고 답했다. 순간 정K는 매우 방정맞은 파안대소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도레미파 ‘솔’ 톤의 목소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런던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쿠바 앞에서는 런던조차 보링한 도시일 뿐이다. 런던 소리에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사무적 말투로 되돌아왔고, 전파를 타고 그의 실망도 함께 전해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쿠바를 필요로 한다. 자신은 못 가더라도, 남은 가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사고치지 못하더라도, 남은 사고쳐 주기를 바라면서. 그게 쿠바가 아니라, 무엇이라고 .. 2010. 6. 18.
자유를 쓰는 방법 한달간의 휴가를 갈 수 있다면. 듣기만 해도 달콤하다. 십년을 일해도 주어질지 말지인 이런 휴가는 바쁘면서도 지루한 사무실에서의 하루를 한 삼천육백오십번 정도 경험한 사람에게는 대로망이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이룰 수 없는 상상이므로. 이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안나푸르나 등정을 꿈꾸거나, 아프리카의 사파리를 상상하는 것 처럼이나 실제로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으면서도 (일테면 회사를 그만두는 특단의 액션) 당장은 닿을 수 없는 그 어떤 신기루. 내게 한달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유럽에 가겠다. 한달간 집을 빌리거나, 친구집에 얹혀살면서 말 그대로 게으르게 보내겠다. 남스페인이나 남프랑스의 뜨거운 지중해속으로 잠깐씩 여행을 다니고, 작은 노트북을 하나 들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시켜두고 하고싶은 것들 .. 2008.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