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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유럽

0일차. 소심한 쿠바 - 스페인

by likeitnow 2010. 6. 18.
누구나 쿠바같은 곳을 필요로 한다.

정K는 Skype를 통해 건 전화번호를 보고 외국이냐고 물었고,
나는 국가번호가 이색적일 나라가 어디가 있을까 상상하면서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쿠바'라고 답했다.

순간 정K는 매우 방정맞은 파안대소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도레미파 ‘솔’ 톤의 목소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런던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쿠바 앞에서는 런던조차 보링한 도시일 뿐이다.

런던 소리에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사무적 말투로 되돌아왔고,
전파를 타고 그의 실망도 함께 전해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쿠바를 필요로 한다.
자신은 못 가더라도, 남은 가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사고치지 못하더라도, 남은 사고쳐 주기를 바라면서.
그게 쿠바가 아니라, 무엇이라고 해도 말이다.

서른살 때부터 나에게 실행 가능한 범위의 쿠바는 스페인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외치지 않았나.
너는 자유라고, 혹은 인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고.

그래서 스페인을 만나러 갔다.
아는 스페인 말이라곤,
부에노스 디아스, 아디오스 밖에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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