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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by likeitnow 2022. 5. 29.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왔던 유명한 대사지.
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금 회사에서 나를 엿먹이던 소시오패스가 예고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던 사람은 나였다. 어쩌다 개사이코 소시오패스가 나의 경쟁자가 되었고, 그 잘나가는 소패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되었었다. 연예인 인기처럼, 회사에서의 인지도 역시 상황이 바뀌면 신기루 같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커리어 최악의 시련을 경험했다.

내 인생 최악의 빌런.
그 퍼킹애스홀은 보스의 라인이었고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 뻔했다. 나는 이제나 저제나 회사를 그만둘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둔다는 결정이 어려운 일이기도 했고, 또 그 빌런때문에 내 직업을 바꾸는 것이 뭐랄까,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놈만 아니면 나는 이 회사를 정말 좋아했기에. 

그러다보니 어떤 명분을 찾게 되었다. 
내 인생을 위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선택을 하고 싶다고.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내 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어떤 좋은 기회가 오기를. 좀 더 결정적인 순간을. 보라는 듯 시원하게 사표를 던지고, 너희들은 매일 매일 개미굴에서 열심히 개미처럼 일하라지, 나는 더 나은 인생을 향해 간다고 시원하게 삿갓쓰고 떠나기를. 

그렇게 이제나 저제나 퇴사시점을 가늠하고 있을 때, 악당이 전체 메일을 보냈다. 메일 제목은 Thank you??!! 모두들 깜짝 놀랐다. 왜 그렇게 잘 나가다가, (그리고 나에게 개 사이코짓을 하다가), 보스에게 알랑방구를 그렇게 뀌다가, 갑자기 그만둬버린 거지? 심지어 나보다 먼저?

물론 나는 앓던 이가 빠진 듯, 10년 묵은 숙변을 급똥으로 해갈해버린 듯, 유쾌상쾌통쾌했다. 악당이 내 주위에서 사라졌다는 것 만으로도 나의 멘탈과 회사 만족도는 천장을 뚫고 수직상승 해버렸다.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떠난 건 내가 아니라 소패였는데, 그 결과 나도 행복해졌다. 
(--> 여러분, 이렇게 상극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당신의 행복이 좀먹습니다. 같이 화해하고 친해질 수 없다면, 그냥 멀리 떨어지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게다가 빌런이 사라지자 빌런에게 전권을 주고 조직을 이리 흔들었다, 저리 흔들었다 하던 대표는 멘붕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몇몇 다른 사람들도 연이어 퇴사를 하자, 기고만장하던 대표는 살이 쭉쭉 빠지더니 한 달만에 10년은 늙은 것 같더만. 퇴사가 많고 조직이 자주 바뀌며 불안정하다는 컴플레인이 있자, 회사는 ER조사를 시작했다. 허허, 다른 조직이 ER 조사를 받을 때는 그 소식을 꽤나 불쌍해하면서 고소해하던 대표는, 자기가 믿던 자의 퇴사로 ER조사를 받게 될 줄 꿈엔들 알았을까. 불과 몇달 전 회식 때, 훌륭한 매니저 (본인과 소패) 때문에 우리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안정적이며, 역대 최강의 팀이라고 역설하던지 불과 3-4달 만의 일이다.

그렇게 갑자기 악당이 사라지자, 도처에 숨어있던 (혹은 악당이 숨기고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동안 불만을 감추고 있었고, 완벽하게 보였던 그들만의 리그에는 한순간에 균열이 생기고 와해되기 시작했다. 악당 주변에서 순수하게 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악당이 사라지자 불만을 터뜨리고, 달라지는 모습들이라니... 회사만족도를 조사하는 ER에는 아마도 나쁜 말들을 쏟아냈겠지. 직장생활이란 게 이렇게 좀 더럽고 치사한 데가 있다. 지금이 되어서야, 이전에 내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고, 순수했고, 또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악당이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찾아온 직장생활의 평화. 그 평화와 안정을 조금씩 체감하며, 편안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안빈낙도 하면서 살리라.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워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리라. 연봉 인상, 승진, 모두 모두 잊고 지금 나의 분수를 즐기리라. 이대로 나는 행복하다니까.

그렇게 안분지족을 즐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회사 소식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뉴스는 이랬다.

회사가 M&A 되었다고.
회사가 팔렸다고. 
어허허허허허....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What an amazing 회사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