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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the city

그는 바다를 건넜다.

by likeitnow 2011. 8. 4.
그는 바다를 건넜다.

부산에서 출발해 오직 요트로만 대서양을 건넜다는 그 남자의 전직은, 돈 많은 한량이 아니라 알고보니 트럭운전사였다. 덤프 트럭 운전사였던 그는 왠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날 일반인 대상 하루짜리 요트교육을 받았고, 웹에 요트 배송을 하겠다고 올렸고, 거짓말처럼 어느날인가 요트 배송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것이 트럭 운전사에서 요트 운전사로 전직을 하게 된 시작이었다.

처음 일본으로 건너가 어느 항구에서 배의 키를 건네받았을 때,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좌충우돌, 우여곡절, 난리법썩 끝에 부산에 도착한 것은, 항구를 떠난지 열흘 후였다고. 그 이후 수많은 바다의 폭풍같은 어둠과 외로움을 헤쳐온 그지만, 그 첫 열흘처럼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한 공포는 없었다고 한다.

이제 그는 대한해협을 200번도 넘게 건넌 사나이가 되었다. 그는 트럭운전사 치고는 꽤 고상한 취미가 있었던지,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기타와 함께 였다고 한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이 쓸쓸할 때면,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불렀다고. 쏟아지는 별빛 아래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를 볼 때면, 너도 나도 지구에서 살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고. 물고기에게 느끼는 연대감이라.

트럭운전사에서 요트운전사가 되기까지 그랬듯이, 한 단계를 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가장 막막한 열흘이 필요할 것이다. 그 첫 열흘을 지나야만, 비로소 바다를 건널 수 있다. 그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십대 후반의 중년이지만, 그에겐 아저씨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남자야말로, 진정 사나이라고 부를 수밖에. 그는 마흔여덟살의 윤태근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