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ving in the city

짧았던 뉴욕 출장

by likeitnow 2013. 4. 20.

대전에 다녀오듯, 제주에 다녀오듯 뉴욕에 다녀왔다. 

뉴욕에서 2박을 하고 비행기에서 1박을 하는, 2박 4일의 짧은 출장.

간단히 적어둔다.


비행.

날아다니는 호텔이라고 자랑하는 대한항공의 A380.

얼마전 모 임원이 라면을 가지고 난동을 피운 바로 그 비행기다.


이코노미석도 좌석이 조금 움직이는,

이건 그냥 이코노미가 아니라, 'New 이코노미'라고 자랑을 해도, 

이코노미는 이코노미일 뿐이다.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데, 비즈니스석을 타야 하는게 아닌가, 이런 투정을 잠시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에서는 배부른 투정일 뿐이다.

출장가서 콧바람이라도 쐬는게 어딘가, 

해외출장이라면, 배를 타고라도 가겠다는 사람들이 즐비하니.


이건 흡사, 취직을 시켜주면 모든 야근과 주말근무를 불사하겠다는

청년취업지원자의 절밤함과 다를 바 없다.


언제부터 그렇게 배가 불렀냐고 한다면, 

비즈니스를 위해 가는 거니까 비즈니스석이 아닌가 대답할 뿐이다.

그리고 어찌하다 우연히 비즈니스를 타보니, 

막 업무 미팅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왜 편안한 좌석이 이코노미의 반대말인 '럭셔리석'이나 '프리미엄석'이 아니라,

'비즈니스석'이 되었는지 이해하였을 뿐이다.


우야둥둥 일년 반 동안 출장을 안 다녔더니 마일리지도 없어서 선택권이 없다.

경제석, 그중에서도 가운뎃 열의 가운데 좌석.


열 세시간을 사육당한 후, 이름만 멋진 JFK 도착.


세번째 뉴욕.

처음엔 가슴이 떨려서 막 신나했고,

두번짼 조금 설렜지만, 부모님 케어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쓰지 못했고,

세번째 뉴욕은 피곤함과 설레임이 8 대 2.


렌트한 차를 타고, 뉴저지로 가는 중, 맨햇은(^^)을 가로지르기로 한다.

쌀쌀하지만, 맨하탄도 봄이다. 중간 중간 꽃나무가 숨막히는 마천루 속에서도 햇빛에 빛나고있다.

서울에서는 흔치않는 모습.


언론에서나 보았던 뉴욕의 애플스토어.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뉴욕의 주차는 경험이 없어서 패스. 



잠깐 시간이 있어 MOMA에 혼자 들렀다. 문닫기까지 2시간 정도.

여기 2시간 있었다고 주차비가 5만원이 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끙.


5층으로 바로 이동.

입구에 있는 엔디 워홀의 유명한 캠벨수프.

미술사에서의 트렌드를 만들었겠지만,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로 이어지는 현대 미술의 사기가 시작되는 느낌.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Post impressionism, Cubism, Surrealism.. 대가들의 작품들이 널려있다.

이런 작품들을 소장하는 미술관이라니.

피카소는 아니겠지만, 이 화가들중 태반은 빈곤에 시달렸을텐데, 아이러니다.

수백억을 호가하는 작품들의 폭주.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Moma의 대표작. 안봐도 어떤 그림이 있을지 상상이 된다.



바로 이 그림. 

루브르에 있는 모나리자처럼, Moma를 대표하는 그럼, 고흐의 Starry night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감상하기엔 어렵다. 10초간 본다.

언제나처럼 마음이 좀 아프다.

저 하늘의 아름다운 빛들이 고흐의 Mental illness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길.


디에고의 연인으로 출발했지만, 디에고보다 더 훌륭한 예술가가 된, 파란만장했던 프리다 칼로.

사람들은 불완전하고 불행한 삶을 산 예술가에게 위안을 얻는 것일까.

언제나 완벽한 예술가보다는 스토리가 많은 예술가가 친근하다.



환상적인 마그리뜨. 


미술관에서 내려다본 거리. 좁은 빌딩과 숨은듯한 식당.

저 노락 뉴욕택시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사뿐히 내릴 것 같은 맨하탄의 뒷 골목.


언제 보아도 평타는 치는 모네.

파리의 모네미술관에도 이런 연꽃 그림들이 수도 없이 걸려있는데

모네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연꽃 시리즈를 그린 것일까.

가깝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모네.


끌레의 재발견. 20세기 초반에 그려진 그림 치고는 형태, 색채, 모든 것이 너무 현대적이다.


고흐의 그림에 이어, 두번째 대표작. 뭉크.

뭉크야말로 이 절규 시리즈를 수도 없이 그렸던데.

이런 그림에 집착하던 그는 어두운 사람이었을까.


수많은 현대미술의 집대성 끝에, 바야흐로 이런 쓰레기들도 나온다.

지금 우리를 기만하냐.

자기만 좋자고 그리는 이런 그림들을 왜 사주는 거냐.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건 좋은데, 남들 안보이는 곳에서 해줘라.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충격적이지도 않고, 화난다.


아래는 ROLLING STEEL이던가?

자꾸 이런거 비싼 돈 주고 사주니까, 작가들이 좀 더 튀어보려고 이상한 것들 가지고 나오는 거란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것도 예술이라고 한다면,

우리 엄마가 거실 유리창에 붙여둔 작은 꽃이 더 위대한 예술이 안될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마음을 열어두라는 가르침인가.


너무 졸린다.
문을 닫자마자, 뉴저지의 호텔로.

일박 200불이 넘는 가격 치고는, 시설이 별로고 직원들도 친절하지 않다.


다음날의 워크샵에 대해서는 스킵하자.

그냥 영어 잘하는 미국아이들, 말 많고, 말 안듣고, 드립다 말 빨리 하는 너그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 앞에서의 잘난 척은 반칙이다.

나도 우리말로 하면 되게 잘난 척 할 수 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힘들게, 꾸역꾸역 하고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보려 한다.

워크샵의 결론은 언제나 버킹검.

영어공부 좀 하자, 로 귀결된다. ;;


함께 협의한 아메리칸은 낼부터 일주일간 휴가란다. 나도 니들처럼 살고싶다.


워크샵이 끝나고 몇이서 저녁을 먹으러 다시 맨하탄으로.

MESA GRILL, 뉴욕의 스타쉐프 (바비?)가 하다는 스테이크집.

맛은 괜찮고, 무엇보다 배부른 상태에서도 먹은 디저트 푸딩이 끝내준다.


저녁 후 산책.

보스턴 폭탄 테러 여파인지, 도심에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본의 심장,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의 몇개 안되는 간판에 하나는 삼성, 하나는 현대자동차다.

유치한 애국심이지만, 뿌듯하고 인정해주고 싶은 한국의 회사들.

(다 야근하는 한국의 노동자들 덕이지 뭐. ^^)



새벽 두시까지 출장보고서를 끝내고,

그리고 잠.

다음날, 렌탈카에 익숙해질 만 하니까 공항으로.



뉴욕출장기는 이렇게 시작할 듯 하다가 바로 마무리된다.

뉴욕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