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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유럽

런더너는 서울리안보다 덜 외롭다

by likeitnow 2010. 6. 18.

고단하고 외로운 상황을 자처하는 사람들.

S은 한국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는 광고쟁였다.
불안하고 힘들고 매일 재능을 증명해야하는 처절한 크리에이티브 직장생활을 버리고,
그보다 더욱 처절한 런던의 파트타임 육체노동자가 되었다.

메인 테이블을 위한 투쟁이 과연 광고회사에서 광고를 만드는 일보다 더 쉬운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명품을 애용하던 친구는 그곳에서 레스토랑의 알바가 되었다.

물론 멋 모르는 누군가가 런더너라고 칭송한다면, 그녀도 런더너는 런더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이고 마음이 간질간질한 런더너, 파리지엔, 뉴요커는
수중에 돈이 있을 때만 환타스틱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매일매일 외로운 투쟁일 뿐이다.
왕년에 한가닥 하던 사람에게라면 더욱.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서울보다 런던을 선택한다.
그 잘난 런더너라는 허영 때문에? 물론 그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서울에서의 외로움과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설사 런던에서의 외로움이나 괴로움이 서울보다 덜하겠냐마는, 중요한 것은 그런 고단함과 외로움을
내가 선택했느냐, 아니냐다.

서울에서 힘들고 외로운 것은 선택보다는 나 자신의 능력과 직결되지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의 고통과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와는 상관없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이, 남이 나를 외롭게하는 것보다 덜 외롭기 때문이다.

말하고보니 매우 쓸쓸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