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유럽] 출발
어렸을 때,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라는 영화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어른 영화였지만, 그랬기에 신비로운 뭔가가 있는 영화처럼 보였고, 그 이후 제네바는 UN 국제기구들이 있는 살기 좋은 국제도시보다는 뭔가 근접할 수 없는 뭉환적인 도피처의 느낌이 강했다. 별로 대단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 포스터의 느낌만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서, 여행을 갈 때만 되면, 그 제네바가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가고싶은 곳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고싶은 곳이란, 막상 시간이 주어졌을 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에서 그나마, '어디어디 가야지' 하면서 잠깐이라도 지금을 떠나 유체이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나에게 그 곳은 스페인이었다...
201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