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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유럽22

0일차. 소심한 쿠바 - 스페인 누구나 쿠바같은 곳을 필요로 한다. 정K는 Skype를 통해 건 전화번호를 보고 외국이냐고 물었고, 나는 국가번호가 이색적일 나라가 어디가 있을까 상상하면서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쿠바'라고 답했다. 순간 정K는 매우 방정맞은 파안대소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도레미파 ‘솔’ 톤의 목소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런던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쿠바 앞에서는 런던조차 보링한 도시일 뿐이다. 런던 소리에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사무적 말투로 되돌아왔고, 전파를 타고 그의 실망도 함께 전해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쿠바를 필요로 한다. 자신은 못 가더라도, 남은 가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사고치지 못하더라도, 남은 사고쳐 주기를 바라면서. 그게 쿠바가 아니라, 무엇이라고 .. 2010. 6. 18.
[2010 유럽] 출발 어렸을 때,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라는 영화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어른 영화였지만, 그랬기에 신비로운 뭔가가 있는 영화처럼 보였고, 그 이후 제네바는 UN 국제기구들이 있는 살기 좋은 국제도시보다는 뭔가 근접할 수 없는 뭉환적인 도피처의 느낌이 강했다. 별로 대단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 포스터의 느낌만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서, 여행을 갈 때만 되면, 그 제네바가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가고싶은 곳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고싶은 곳이란, 막상 시간이 주어졌을 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에서 그나마, '어디어디 가야지' 하면서 잠깐이라도 지금을 떠나 유체이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나에게 그 곳은 스페인이었다... 201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