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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the city25

결론은 버킹검 결국은 육심원이고, 결국은 장윤정이고, 결국은 신동엽이다. 육심원은 피카소가 되려하지 않았고, 장윤정은 서태지와는 다른 트랙을 달렸으며, 신동엽은 장동건이 아니었다. 세상이 가장 원하고, 가장 큰 박수를 보내는 대로에서 전력질주하는 대신, 세상 사람들이 무관심한, 혹은 조금은 우습게 보는 수풀속 작은 길에서 그들만의 속도로 달렸다. 반짝이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는 Best의 자리 대신, Second Best가 되는 것.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속에서 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예술이라는 영역에서도 창업가 정신이 있다. 이런 spirit은 앙터프러너쉽과 일맥상통한다. 도전적이긴 하나, 경쟁이 없기에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2011. 8. 3.
어른이 되는 기분 좋다는 회사에 다니고, 주식으로 큰 돈도 벌어보고, 유학도 다녀오고, 연애도 하고. 그 많은 것들을 해도, 나는 어쩐지 어른이 된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처음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건, 촌스럽게도 운전을 시작하면서였다. 시동을 켜고 기어를 넣고, 창문에 한 팔을 거만하게 올리고 바람결에 머리를 흩날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짐짓 어른같은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마도 처음 차를 갖게 된 계기가, 병원에 다니셔야하는 아빠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였기 때문일 것 같다. 맨날 아빠 차에 얻어타고 다니다가, 내 차로 아빠를 모시고 다니면서다. 아빠의 첫 차는 큰 아빠에게 공짜로 얻은 옛날 르망이었고, 두번째 차는 2000년식 EF 소나타였는데, 나는 그때 2001년식 뉴EF 소나타를 사.. 2011. 7. 21.
루르마랭 까뮈가 글을 쓰며 노년에 머물렀다는 곳. 그 자신과는 달리 문맹인 어머니와 속세를 피해 정착한 곳.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과 자유로운 공기가 예술혼을 마구 뒤흔든 사람이 어디 까뮈 뿐이겠는가. 아비뇽엔 피카소, 아를엔 고흐, 엑상 프로방스엔 세잔이 있었듯이, 루르마랭엔 까뮈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도시가 누구나 필요할 것이다. 꼭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라해도, 때로는 은신처로, 때로는 돌파구로, 누구나 이런 숨을 곳을 필요로 한다. 있을건 다 있고, 돈으로는 안되는 것이 없는, 불가능이 없는 도시 서울이지만, 오직 하나 휴식이 없는 곳 서울. 공해와 빌딩숲, 경적소리에 지칠 때쯤엔 나도 프로방스에 가고싶다. 까뮈의 흔적을 찾아 루르마랭으로 떠난 작가 함정임처럼, 나도 올리브 나무사이로 부는 지중해의 바람속늘.. 2011. 7. 18.
샤넬 이펙트 이세상에 알고보면 이해못할 인간은 없다지만,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은 있는데, 말하자면 뭐 사달라고 엉겨붙는 사람들이다. 물론 애교로, 혹은 사랑으로 정성이 담긴 선물은 열외다. 특별한 경우과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가방이나 보석을 사다라고 떼쓰는 여자들이나, 세상이 많이 변하여 여친에게 뭔가를 사달라는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체질적으로 '사줘'라는 말은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선물들을 받아왔는데, 일테면 흔한 목걸이나 귀걸이에서 나아가 나의 첫 휴대폰, 갖고싶었던 니콘 카메라, 첫 MP3 플레이어, 티파니 목걸이, 유학시절 태평양을 건너 분기별로 받았던 전자밥솥, 각종 음식 패키지들, 집에 놓을 책꽂이, 이사짐 가방, 등등, 뭔가를 사달라고 한 적은 없으나, 결론적.. 2011.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