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의 공기
아직도 생각 나, 그 밤. 초여름 밤이었나,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어둠이 깔려 있었는데, 공기는 청량하고 동네 골목길에선 익숙한 소음이 들렸어. 골목 끝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개 짖는 소리. 우리집은 긴 골목길이 꺽이는 코너에 골목길을 마주 보고 있어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골목길로 쭈욱 늘어선 구멍가게, 이발소집, 앵두나무집, 쌀집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어. 그때 나는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있었고, 특별히 할 공부도 없었으니, 아마 초등학교 5, 6학년쯤 되었던 것 같아. 한가하고 여유로운 저녁이었어. 그때는 뛰어 노는 것 외엔 몰랐던 시절이라 한가하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아무튼 현관 문을 열고 나서서, 낯익은 풍경 위로 깔린 어둠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
2015. 4. 30.